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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번째 그랑프리였던 중국 그랑프리를 뒤로 하고 F1은 불의 땅,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향한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레이아웃과 풍경, 레이스 내적으로도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낸 바쿠 서킷이 2019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맞이하고 드라마를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포디엄에 오를 3명의 드라이버를 선택할지 지켜보자. 2019 SOCAR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를 리뷰해 본다.


□ Day 1(19/4/26)

 

목요일 프레스 컨퍼런스에는 알파 로메오의 지오비나찌, 르노의 훌켄버그, 하스의 마그누센, 레이싱 포인트의 스트롤이 참여했다. 지오비나찌는 2016년 동 서킷에서 벌어진 GP2의 우승자이고, 스트롤은 2017년 F1 그랑프리에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이번 그랑프리에 임하는 각오 등이 질문거리가 되었다. 언론사가 가진 인터뷰 시간에는 지오비나찌가 키미와 드라이빙 스타일을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 함께 레이스를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 답변했고, 마그누센은 바쿠 서킷에서의 타이어 웜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모두들 모범적(?)인 답변을 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 FP1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가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팀들이 업데이트를 가져왔다. 메르세데스는 프론트윙 형상을 수정했고, 페라리도 바지보드를 업데이트했다. 레드불과 토로로쏘는 신뢰성 향상을 위해 혼다 PU의 'Spec 2'를 이번 그랑프리에서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르노와 맥라렌도 각각 프론트 윙, 리어 윙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또한 알파 로메오의 지오비나찌는 CE(Control Electornics)를 교체하며 10그리드 페널티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정규 세션인 FP1은 15분만에 허무하게 종료되었다. 범인은 바로 노면에 있던 맨홀이었다. 앞서 달리던 르끌레르의 차가 맨홀을 지나치며 맨홀 뚜껑을 들리게 만들었고 뒤이어 레이싱 라인을 타고 있던 러셀이 지나가면서 FW42의 아랫 부분을 부수어 버렸다. 곧바로 레드 플래그가 발령되었고 러셀은 차를 멈추고 차량의 플로어를 살펴보면서 차량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러셀의 차를 싣고 피트로 복귀하던 크레인 차량이 피트 입구에 있던 광고판에 부딪히면서 유압액이 새어나와 섀시로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데브리가 치워지고 세션은 다시 옐로 플랙 상태로 재개되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세션이 재시작되지 않을 거라는 레이스 컨트롤 메시지가 나와 FP1은 이대로 종료되었다. FIA와 주최측에서는 서킷 안 노면에 있는 다른 맨홀을 전수조사하기로 결정하였다.



급작스레 끝난 세션이기 때문에 기록과 타이어 사용 현황은 큰 의미가 없다. 에어로 업데이트 확인을 위해 세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플라잉 랩을 달린 페라리 듀오만이 랩타임을 기록했고 다른 팀들은 인스톨레이션 랩만을 수행했다. 메르세데스는 트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FP2


FP1의 허무한 종료 이후, 불운한 희생자가 된 러셀의 차는 섀시를 교환해야 한다[각주:1]는 판정을 받으며 FP2에는 불참하게 되었다. FP1에서 모든 팀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지 못하면서 FP2는 1분 1초가 훨씬 더 소중해졌다. 세션이 시작하자마자 메르세데스 듀오는 바로 서킷을 달리기 시작했다. 해밀턴은 무난히 달리며 플라잉 랩을 시작해 기록을 남겼지만 보타스는 지속적으로 휠락에 걸리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해밀턴도 몇 랩 뒤 턴8에서 휠락이 걸리는 모습을 보였다. 비슷하게 세션 초반 크비앗도 팀 라디오로 트랙에서 달리기 힘들다는 내용의 무전을 보냈다. 현장의 턴2에 위치해 있던 전 F1 드라이버 카룬 찬독은 아웃 랩에서 모든 드라이버들이 타이어 웜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무난히 진행되는 것 같았던 FP2도 세션 시작 15분만에 레드 플래그를 띄우게 되었다. 레이싱 포인트의 스트롤이 턴2에서 코너링에 실패해 방호벽과 충돌했다. 이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세션은 약 10분 가량 정지되었고 팀들은 빡빡한 주행 계획을 더 밀도있게 운용해야만 했다. 불운한 사고는 한 번 더 터졌는데, 세션 종료를 25분 정도 남기고 턴 7을 빠져나오던 크비앗[각주:2]은 컨트롤을 잃고 드리프트하며 트랙에 부서진 차를 놔두고 떠나야 했다. 이 사고는 다시 한 번 레드 플래그를 불러왔고 롱 런 테스트를 진행하던 드라이버들을 피트인하게 만들었다. 이외에도 사소한 코스아웃은 수 차례 있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아웃 장소는 턴3의 런오프였다. 가슬리, 그로장이 이곳을 동시에 찾기도 했으며 리카도도 퀄리파잉 시뮬레이션 중 턴15 옆의 대피로로 코스아웃하는 모습이 보였다.

FP2는 크게 초중반의 퀄리파잉 시뮬레이션과 후반부의 롱 런 테스트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결과를 간단히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FP2에서는 페라리, 그 중에서도 르끌레르가 1분 42초대에 유일하게 진입하며 팀메이트 베텔보다 조금 더 앞선 모습을 보였다. 메르세데스와는 0.6초의 격차를 보이며 퀄리파잉과 레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중위권에서는 맥라렌과 토로 로쏘가 앞선 모습을 보였고 그 뒤 그룹에는 하스의 마그누센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르노는 두 드라이버 모두가 좋지 못한 기록을 내며 중위권에서는 가장 아래에 위치했다. 조지 러셀이 FP1에서의 사고로 처진 윌리엄스는 쿠비차가 중위권보다 1.2초, P1인 르끌레르보다 5.2초 뒤진 랩타임을 보여주며 경쟁을 위해서는 많은 단계가 남았음을 보여주었다.


롱 런 테스트에서는 시뮬레이션 중간 레드 플래그로 인해 연속적인 타이어 소모 측정은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팀메이트의 희비가 엇갈린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시뮬레이션 후반부에 해밀턴이 미디엄 타이어로 꾸준한 기록을 내며 1:47.903의 기록을 내며 롱 런 테스트에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 데 비해 보타스는 시뮬레이션 도중 레드 플래그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롱 런 시뮬레이션 기록을 가져오지 못했다. 페라리에서는 베텔이 더 나은 기록을 보여주었다. 미디엄 타이어로 13랩을 달리며 쿨다운 랩과 스프린트 랩을 번갈아 기록하며 랩타임을 단축하기도 했다. 레드불의 베르스타펜은 롱 런 테스트를 소프트 타이어로 가져갔는데, 랩타임은 1:48.769의 기록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시뮬레이션동안 랩타임이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날이 끝난 후 타이어 상황은 상위권과 중위권이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상위권 3팀은 미디엄 타이어를 2세트 남겼고, 중위권 팀들은 미디엄 타이어를 1세트만 남기는 경향을 보였다.


□ Day 2(19/4/27)


- FP3


FP3가 시작하기 전 레드불에게 한 가지 악재가 닥쳤다. FP2가 끝난 후 무게 측정 등 검차를 위해 가슬리가 호출되었지만[각주:3] 가슬리는 이를 무시한 채 곧바로 피트로 들어섰고 이로 인해 스튜어드에게 소환당한 후 일요일 레이스에서 핏 레인 스타트가 결정되었다.

세션 초반의 인스톨레이션 랩에서는 베르스타펜을 비롯한 몇몇 드라이버들이 하드 타이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제 FP1~2에서 많은 사고가 일어난 탓인지 FP3에서는 드라이버들의 코스 아웃 몇 차례 때문에 잠깐 발령된 옐로 플랙 몇 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페라리, 특히 르끌레르가 FP2에 이어 다시 한 번 선두에 나서며 티포시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경쟁팀인 메르세데스와 레드불보다 거의 1초 이상 빠른 모습을 보여주며 좋은 리듬을 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메르세데스는 세션 초반 미디엄 타이어를 이용한 테스트를 잠시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레드불은 베르스타펜이 메르세데스 듀오를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을 이어갔고 가슬리는 성적상 최하위로 쳐졌지만 핏 레인 스타트이기 때문에 퀄리파잉에 신경쓰지 않고 레이스 시뮬레이션에 집중하는 모습[각주:4]을 보였기 때문에 예외로 생각할 수 있다. 중위권에서는 토로 로쏘가 강세를 이어나간 가운데 하스의 마그누센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토로 로쏘 듀오 사이에 끼어들었다. 다만 마그누센의 팀메이트인 그로장은 마그누센과 1초 이상의 간격을 보이며 P17에 그쳤다. FP2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맥라렌은 P13/14에 위치하며 다소 내려앉은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이 소프트 타이어로 약 9~10랩을 소화하였으며 중계 화면에 잡힌 알본의 경우에는 5랩 정도 달린 소프트 타이어로 랩타임을 갱신아는 모습을 보여 타이어 수명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모든 연습 세션이 끝나고 퀄리파잉만을 앞둔 시점에서 팀들의 전략이 조금 차이를 보였다. FP3 초반에 미디엄 타이어를 테스트한 메르세데스는 미디엄 타이어를 1세트만 남겼고, 레드불과 페라리는 미디엄 타이어 대신 소프트 타이어로 FP3의 초반을 보냈기 때문에 미디엄 타이어를 2세트 보유하게 되었다. 팀별로 타이어 전략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현황이라고 할 수 있다. 중위권에서는 지오비나찌를 제외한 모두가 메르세데스와 같이 미디엄 타이어를 1세트만 남겼다.


- Q1 & Q2


퀄리파잉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햇볕 아래 진행됐다. 트랙 온도는 FP2와 유사한 36도 정도에서 시작했다. 세션 사이에 먼지가 내려앉았는지 세션 초반에 나온 차들 뒤로는 먼지가 날리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Q1의 첫번째 플라잉 랩을 달리던 해밀턴은 턴3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런오프로 나가는 모습이 중계되었다. 뒤이어 스트롤 역시 턴2를 통과한 직후 벽과 살짝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부에는 가슬리가 괴력을 선보였다. 두 번째 플라잉 랩에서 섹터1 패스티스트를 기록하고 뒤이은 2~3섹터에서도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당시 P2였던 르클레르보다 0.691초 앞선 1:41.335를 기록해 리더보드 맨 위에 섰다. 뒤이어 페라리와 메르세데스 드라이버들도 자신들의 기록을 경신했지만 Q1에서는 가슬리의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다. Q1의 마지막에선 윌리엄스의 쿠비차가 레드 플래그를 불렀다. 턴8에서 이미 벽과 접촉하여 균형을 잃은 뒤 턴9의 벽에 다시 충돌하며 리타이어했다.



Q1의 탈락자는 스트롤, 그로장, 훌켄버그, 러셀, 쿠비차로 정해졌다. 사인츠와 알파 로메오 듀오가 각각 P5,9,10을 차지하며 좋은 기록을 보였다.


Q1 막판에 발생한 쿠비차의 사고 처리[각주:5]를 위해 Q2는 바로 진행되지 못하고 연기되었다. 약 30분이 지난 현지시간 17:50분에야 Q2가 재개되었다. 첫 번째 플라잉 랩에서는 베르스타펜이 1:41.388의 기록으로 P1에 위치했다. 페라리는 이전 그랑프리와 마찬가지로 Q2의 첫 플라잉 랩에서는 미디엄 타이어를 이용해 기록을 세웠다.

Q2에서도 사고는 이어졌다. 연습 세션 내내 가장 좋은 기록을 내며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절치부심한 르클레르가 Q1에서의 쿠비차와 비슷하게 턴8에서 휠락을 일으키며 충돌했다. 'I'm stupid'라고 연신 핏월에게 미안함을 전한 르클레르는 차량을 벗어나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고로 세션은 다시 한 번 25분 가량 중단되었다.

세션이 재개되고 남은 7분 40초 동안에 달릴 수 있는 랩은 많지 않았다. 베텔을 시작으로 모든 차들이 두 번째 플라잉 랩을 달렸다. Q2의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베르스타펜이 1번의 플라잉 랩만 달리며 1:41.388의 기록으로 맨 위에 올랐다. 알파 로메오는 라이코넨과 지오비나찌 모두가 Q3에 진출하며 포인트 피니시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고 가슬리는 랩타임을 작성하지 않았다. Q2에서 탈락한 P11부터 P15까지의 드라이버는 사인츠, 리카도, 알본, 마그누센, 가슬리였다.


- Q3

 

앞선 퀄리파잉에서 연달아 사고가 난 관계로 Q3는 현지 시각 18:40분이 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해가 지진 않았지만 트랙 온도는 세션 시작 시점과 비교해 꽤 떨어진 상태였다. 첫 번째 플라잉 랩에서는 해밀턴-베텔-보타스-베르스타펜-페레즈-노리스-지오비나찌-키미 순으로 순위가 정해졌다. 소프트 타이어 여분이 부족한 베르스타펜과 크비앗은 연달아 플라잉 랩을 기록한 후 피트로 들어갔고 페레즈는 다시 트랙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폴 포지션을 비롯한 스타팅 그리드를 결정할 두 번째 플라잉 랩에서 웃은 자는 보타스였다. 베텔이 섹터1 패스티스트를 기록하고 섹터2까지 당시 P1이었던 해밀턴의 기록과 0.1초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지만 1:40.797의 기록으로 해밀턴의 당시 기록인 1:40.703을 넘지 못했고, 뒤이어 보타스가 섹터3 패스티스트를 기록하며 1:40.495[각주:6]의 기록을, 해밀턴이 섹터2 패스티스트를 기록하며 1:40.554의 기록을 세웠다. 다시금 메르세데스가 프론트 로우 점령에 성공한 것이다.




퀄리파잉 세션 동안 나온 섹터 최고기록과 스피드 트랩 순위 등을 살펴보자. 해밀턴이 섹터별로 최고기록을 모은 ultimate lap time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나 이를 한 랩에 표현하지 못하며 아쉽게 폴 포지션을 따지 못했다. 다소 특이하게 알파 로메오의 지오비나찌가 섹터 3에서 최속 기록을 냈으며 하스의 그로장의 스피드 트랩에서는 346.3km/h를 기록하며 가장 빠른 속도를 냈다. 하지만 선두권의 기록에서 볼 수 있듯 스피드 트랩과 스타팅 그리드 간의 상관 관계는 없다시피 하며, 이는 바쿠 트랙의 특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Day 3 : Race (19/4/28)


퀄리파잉과 레이스 시작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두 드라이버의 예선 기록이 삭제되었는데, 규정을 지키지 못한 두 드라이버는 레드불의 가슬리와 알파 로메오의 키미 라이코넨이다. 가슬리의 차량은 연료 유량이 100kg/hr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고, 라이코넨의 차량은 프론트 윙에 60N의 하중을 가했을 때 5mm 이상 변형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 둘의 예선 기록은 삭제되고 핏 레인에서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Q1에서의 사고로 기록이 없는 윌리엄스의 쿠비차까지 총 3명이 핏 레인에서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레이스 전 그리드와 타이어 상황을 알아보자.



르클레르와 가슬리가 사고 또는 페널티의 이유로 퀄리파잉 동안 소프트 타이어를 아끼게 되었고 그 외에도 Q2에 진출하지 못한 그로장과 훌켄버그가 새로운 소프트 타이어를 다수 가지고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는 항상 첫 랩이 어수선하기로 유명했지만, 올해에는 큰 일 없이 지나갔다. P2 보타스가 해밀턴보다 약간 빨랐지만 턴1에서 인코스를 확실히 차지하지 못하며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다만 P5 페레즈가 클린 사이드의 이점을 살려 P4 베르스타펜을 제치고 4위에 오른 것이 큰 순위 변동이었다. 미디엄 타이어로 시작한 르클레르는 첫 랩에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며 2위 밀려난 P10으로 쳐졌다. 이외에 알본이 턴 1에서 방호벽에 오른쪽 리어 타이어를 긁고 지나가며 차체에 충격을 가했다.

레이스 초반부에는 젊은 드라이버들이 추월에 열을 올렸다. 르클레르는 3랩부터 매 랩마다 리카도, 크비앗, 사인츠를 연달아 추월하며 스타트의 손해를 복구했고 베르스타펜은 6랩째의 턴1에서 페레즈를 추월하며 첫 랩에서 순위를 잃은 것을 벌충했다. 대열 후미에서 핏레인 스타트를 한 가슬리도 초반에 매우 빠른 페이스를 보여주며 중위권 드라이버들을 손쉽게 추월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첫 번째 피트스탑 타이밍은 약 10랩 경에 일어났다. 키미가 7랩째에 미디엄 타이어로 갈아신으며 다소 빠른 핏스탑을 가져갔고, 선두권 드라이버들은 12~15랩에 미디엄 타이어로 바꾸기 위해 각각 피트에 들어갔다. 빅 3팀 중 유일하게 르클레르만이 미디엄 타이어로 긴 스틴트를 가져가며 P1에 올랐다. 와중에 윌리엄스의 쿠비차는 핏 레인 스타트 때 핏 출구를 일찍 빠져나온 것으로 처리되어 드라이브 스루 페널티를 받았다. 이 타이밍에 르클레르의 전략은 명확했다. 팀 라디오로 나왔듯 랩타임을 1:47초대 초반으로 유지하며 사고가 잦은 바쿠 서킷의 특성을 이용, 세이프티 카가 나오면 바로 핏스탑해 이득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르클레르에겐 불운하게도 바쿠 서킷에 세이프티 카가 나올 일은 없었다. 핏스탑 후 1분 46초대 중반의 랩타임을 꾸준히 기록하며 P1 르클레르에게 육박한 메르세데스 듀오는 31랩째에 P2 보타스가 0.5초 차이로 따라붙으며 DRS 사정권에 들어갔고 곧이어 32랩의 턴1에서 르클레르를 추월하며 다시금 선두에 올랐다. 다음 랩에는 해밀턴도 르클레르를 추월했다. 전략이 실패한 르클레르는 34랩에게 팀메이트 베텔에게도 자리를 내주고 35랩에 핏스탑, 소프트 타이어로 교체하고 가슬리에게 0.5초 뒤진 P6로 복귀했다.

르클레르가 보타스에게 추월당하던 그 타이밍에 서킷에서 사고가 있었다. 사고로 카메라 앵글을 채운 드라이버는 크비앗과 리카도였다. P11로 달리던 리카도는 턴3 전의 직선에서 DRS를 사용하여 크비앗을 추월하려던 중 차를 코너로 인도하지 못하고 런오프로 나가게 했다. 크비앗 약간의 블로킹 액션을 취하고 브레이킹하던 중 인코스의 리카도를 피하기 위해 코스 아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후의 장면은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 중 한 명의 운전이라기엔 다소 부적절했는데, 리카도가 후진하며 자신의 뒤에서 잠시 멈춰 있던 크비앗의 사이드포드에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리카도는 곧바로 리타이어했으며, 두 랩 뒤 크비앗도 리타이어했다.

39랩 즈음에는 VSC 상황이 일어났다. 핏 레인에서 시작해 P6까지 올라온 가슬리가 속도를 줄이며 멈춘 것이다. 가슬리가 차를 안전한 곳에 멈추면서 VSC 상황은 1랩만에 해제되었다. VSC가 끝나기 전 하스의 그로장 역시 기계적 문제로 피트로 들어가 리타이어했다.

VSC가 끝난 이후 관전 포인트는 메르세데스 듀오의 우승 다툼과 패스티스트 랩 포인트 1점이었다. 레이스 종료까지 P1 보타스와 P2 해밀턴은 패스티스트 랩을 연달아 기록하며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 해밀턴 입장에서는 따라잡기 - 위해 질주했다. 주로 섹터1에서 해밀턴이 조금 더 빨랐고, 섹터2에서 보타스가 다시 차이를 늘리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P5에 위치하고 P4 베르스타펜을 추월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르클레르는 48랩째에 핏스탑[각주:7], 새로운 소프트 타이어를 소모하며 1포인트를 위한 여정에 나섰다. 마치 퀄리파잉을 하듯 에너지를 충전하는 쿨다운 랩을 달린 후 백마커 르노의 DRS 도움(?)까지 받은 르클레르는 1:43.009의 기록[각주:8]으로 끝내 패스티스트 랩을 가져가며 소중한 1포인트를 얻었다. 더 이상의 순위 변동은 없었고, 보타스- 해밀턴 - 베텔 - 베르스타펜 - 르클레르 - 페레즈 - 사인츠 - 노리스 - 스트롤 - 키미 순으로 체커드 플랙을 받았다. 최종 순위는 다음과 같다.





보타스가 우승으로 25포인트를 가져가며 87포인트를 기록, 팀메이트 해밀턴을 1점 차로 제치고 WDC 선두에 올랐다. 베텔 역시 15포인트를 추가하며 베르스타펜을 추월, WDC 3위에 랭크되었다. 페레즈는 8포인트를 얻으며 13포인트로 가슬리와 동률을 이루었지만 순위가 더 높아 WDC 6위를 차지했다. 사인츠 역시 6포인트를 가져가며 WDC 순위를 많이 끌어올렸다.

WCC에서는 메르세데스가 다시 한 번 원투피니시로 43점을 가져가며 페라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나 1위 메르세데스와 74점 차이를 내며 2위에 위치한 페라리로서는 만족하기 힘든 결과일 것이다. 빅 3를 제외한 중위권에서는 WDC와 비슷하게 맥라렌과 레이싱 포인트가 10포인트를 얻으며 중위권의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으로 파워 유닛과 기어박스의 현황이다. 레드불 듀오가 ES/CE를 제외한 파워 유닛 전부를 새로 사용했다. 알파 로메오는 두 드라이버 모두가 CE를 교체했는데 지오비나치는 벌써 CE의 한 시즌 제한량에 다다랐다. 이외에도 토로 로쏘 듀오 역시 ICE와 기어박스를 교체했다.


□ Discussion & Conclusion


메르세데스는 다시금 원투피니시에 성공하며 패스티스트 랩 1포인트를 제외하면 가용한 모든 포인트를 쓸어담았다. 소위 빅 3 중 레드불도, 페라리도 대적하기 힘든 압도적인 빠름을 자랑하고 있다. 팀메이트간의 경쟁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며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페라리는 르클레르와 베텔 모두가 FP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을 가졌으나 퀄리파잉의 사고, 그리고 레이스에서의 대전략이 실패하며 아쉬운 결과를 보였다. 소프트/미디엄 타이어의 퍼포먼스가 들쭉날쭉한 점도 타이어 온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레드불도 베르스타펜은 기대한 대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운데 가슬리가 아쉽게 리타이어했지만 리타이어 전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후 레이스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페라리, 메르세데스와 레이스를 치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했다.

중위권에서는 맥라렌과 레이싱 포인트가 그룹의 선두의 나서는 모양새이다. 알파 로메오는 키미가 분투하고 있지만 지오비나치의 활약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르노는 고질적인 안정성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토로 로쏘와 하스 역시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불운한 사고와 리타이어가 이어지며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윌리엄스는 아직까지는 다른 F1 팀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임이 명확하기에 하루빨리 업데이트로 최소한의 경쟁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1. 콕핏 주변에 있는 서바이벌 셀(Survival Cell)을 교체했다. [본문으로]
  2. 크비앗은 파워 스티어링 문제로 세션 초반에 서킷에 나서지 못했다. [본문으로]
  3. 핏 레인 입구에 있던 화면에서 드라이버 번호 10번인 가슬리를 호출했음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4. DRS를 사용하지 않고 랩타임을 기록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중계 화면에 잡혔다. [본문으로]
  5. 쿠비차의 차량과 그의 데브리, 그리고 충돌한 배리어의 복구를 위해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다. [본문으로]
  6. 바쿠 서킷의 새로운 트랙 레코드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7. P6 페레즈와도 약 30초의 간격이 벌어져 있어 핏스탑해도 순위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본문으로]
  8. 이 기록은 바쿠 서킷의 새로운 랩 레코드기도 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