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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F1 그랑프리라는 축제는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운영/주최/중계측(마샬들과 진행요원들도 잊지 말자), 참가팀,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팬들과 직접 서킷을 찾는 팬들이 모두 어우러져서 완성되는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축제다. 1950년 5월 13일 영국의 실버스톤 서킷 이후 999번의 축제가 끝나고, 1000번째 그랑프리가 시작된다. 1000번째 그랑프리, 2019시즌 3라운드 중국 그랑프리를 리뷰한다.


□ Day 1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각각 드라이버, 팀 관계자가 참석하는 공식 기자 회견 세션이 있다.

목요일 기자 회견에는 알파 로메오의 키미 라이코넨과 토로 로쏘의 알렉산더 알본, 하스의 로망 그로장, 레이싱 포인트의 세르히오 페레즈가 참여했다. 네 드라이버는 자신이 F1 드라이버가 되기로 한 계기, 1000번째 그랑프리를 맞이하기 위한 헬멧 디자인 등에 대해 답했다. 그로장과 세나는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의 경기를, 키미는 키케 로스버그의 마지막 레이스를, 알본은 미하엘 슈마허를 계기로 언급했다. 또한 상하이 서킷의 특성에 대해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알본은 이곳이 다양한 스타일의 코너가 있는 테크니컬한 서킷이라고 평했고, 그로장은 턴1, 7-8, 13 등을 언급하며 레이스 중 타이어 관리가 중요한 서킷임을 언급했다.

금요일 기자 회견은 페라리의 마티아 비노토, 메르세데스의 토토 볼프, 혼다의 토요하루 타나베, 레이싱 포인트의 앤드류 그린이 참여했다. 토토 볼프는 메르세데스와 페라리의 격차에 대해 레이스에서의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타나베는 혼다의 엔진이 지금까지는 합리적인(reasonable) 성과와 결과를 냈지만, 이것은 최상의 결과는 아님을, 톱 팀들과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페라리의 바레인 테스트 드라이버로 나선 믹 슈마허의 평가, 페라리의 소위 팀 오더에 대한 우선 순위 배분, 메르세데스와 레이싱 포인트 간의 긴밀한 협약[각주:1] 등에 대해 답했다.


- FP1


FP1에서는 첫 40분이 지난 뒤 1세트의 타이어를 반납하고, 세션이 종료된 후 1세트의 타이어를 추가적으로 반납한다. 따라서 FP1을 크게 두 스테이지로 구별하면, 세션 시작 후 인스톨레이션 랩과 셋업, 플라잉 랩으로 구성되는 초반부와 짧은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중국 그랑프리의 첫 번째 연습 세션은 트랙 온도 30도, 기온 15도의 전형적인 상하이 서킷의 봄 날씨 속에 시작되었다. FP1의 초반부는 주로 셋업과 랩타임이 기록되지 않는 인스톨레이션 랩으로 보내기 때문에 세션 시작 후 20분이 지난 후에야 윌리엄스의 쿠비차가 1분 41초 399의 기록으로 첫 공식 랩타임을 기록했다. 인스톨레이션 랩 도중에 크비앗은 스티어링 휠이 쏠리는 문제를 제기했고, 훌켄버그는 핏 레인에서의 속도 제한에 대해 문의하는 팀 라디오를 남겼다. 세션 초반에 테스트 장비를 장착하고 달렸던 스트롤은 플라잉 랩 도중 마지막 코너인 턴16에서 하프스핀하며 플랫 스팟이 생겼음을 보고했다. 스트롤은 타이어가 매우 차갑다(freezing cold)고 불평했는데, 비슷하게 르클레르도 타이어 온도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팀 라디오를 통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중계되었다. 또한 쿠비차와 해밀턴은 언더스티어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아쉽게도 알파 로메오의 지오비나찌는 엔진의 시동 과정 문제로 FP1에서 인스톨레이션 랩만을 달리고 랩타임을 기록하지 못했다.

FP1의 최종 결과와 타이어 상황은 다음 그림과 같다.


베텔이 미디엄 타이어로 1분 33초 911의 기록을 내며 FP1에서 가장 빨랐고, 해밀턴과 르클레르가 뒤이어 상위권에 위치했다. FP1의 순위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타이어 사용 현황에 있어서는 팀별로 차이가 있다. 페라리는 전 세션에 걸쳐 미디엄 타이어만을 사용한 후 반납했고, 메르세데스의 경우는 소프트 타이어만을 사용한 후 반납했다. 윌리엄스를 제외한 모든 팀이 두 개의 타이어로 전체 세션을 소화했다. 윌리엄스의 경우 두 드라이버가 모두 27/29랩을 소화하면서 3세트의 타이어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 FP2


FP2는 다소 구름이 낀 가운데 트랙 온도 34도, 기온 18도의 날씨에서 시작했다. FP1에 비해서는 다소 트랙 온도가 올랐지만 바람이 다소 세졌다. FP2는 일찍 나와 핏 레인에서 대기하던 하스의 그로장과 함께 시작했다. 크비앗은 외장이 분해해 정비하는 모습[각주:2]을 보이며 세션 초반에는 트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을 암시했다. FP1에서 나오지 못했던 알파 로메오의 지오비나찌는 바로 랩타임을 기록하며 테스트에 열을 올렸다.

세션 초반에는 메르세데스 듀오가 미끄러지는 일이 있었다. 해밀턴은 턴3에서, 보타스는 아웃랩을 위해 피트레인에서 빠져나오는 도중 슬립하여 타이어에 손상이 있었다. 메르세데스 듀오는 그 외에도 몇 차례 휠 락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지만 랩타임에 큰 지장이 있진 않았다. 그로장은 턴14 이후의 백 스트레이트에서 오른쪽 프론트윙이 주저앉은 모습을 보여주며 플라잉 랩을 완료하지 못하고 다시 피트로 들어갔다.[각주:3] 이외에도 턴16에서 연석 밖으로 나가는 드라이버들이 많았다.

세션 중반부터 수행된 롱 런 시뮬레이션에서 큰 사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페라리에게 아쉽게도 르클레르가 냉각 시스템 체크를 위해 후반부 세션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외에 베텔이 앞서가는 레이싱 포인트의 차량이 레이싱 라인을 넘나든다며 '일요일에 레이싱하는 것보다 금요일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불평한 것 정도가 소소한 이슈가 되었다. FP2가 종료된 후 결과는 다음 그림과 같다.



보타스가 초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FP2에서 1:33.330의 기록으로 시트의 맨 위에 위치했다. 그 뒤를 베텔과 베르스타펜, 해밀턴이 이었으며 빅3의 나머지 드라이버들인 르클레르와 가슬리는 각각 P7, P10을 기록하며 살짝 뒤로 쳐졌다. 그 빈 자리를 르노의 훌켄버그와 맥라렌의 사인츠가 채우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중~중하위권에서는 알파 로메오와 르노를 제외하면 팀메이트들이 나란히 순위를 기록하며 팀별로 페이스의 차이를 느끼게 하였다.

FP2는 초반의 퀄리파잉 시뮬레이션과 후반부의 롱 런 시뮬레이션으로 나눠진다고 볼 수 있다. 퀄리파잉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위의 순위로 갈음할 수 있고, 롱 런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그림을 통해 확인해보자.



메르세데스는 두 드라이버 간 타이어의 선택이 갈렸다. 보타스가 베텔과 같은 소프트/하드를 택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레드불 듀오와 해밀턴은 소프트/미디엄을 이용했다. 해밀턴은 미디엄 타이어로 달린 전반에 1분 39초 후반~40초대 초반의 랩타임을 안정적으로 기록했고 시뮬레이션 후반에 소프트 타이어의 소모가 다소 큰 모습을 보였다. 보타스와 전반부에 타 드라이버들과 다르게 두 차례의 쿨다운 랩을 가져갔으며 소프트 타이어와 미디엄 타이어 간의 퍼포먼스 차이가 크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레드불 듀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베텔은 전반부에 사용한 소프트 타이어보다 후반부에 짧게 사용한 하드 타이어의 랩타임이 조금 더 좋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FP2 종료 시점의 각 팀별의 타이어 가용 상황은 위 그림과 같다. 메르세데스가 미디엄을 3세트 남겨둔 것, 맥라렌과 토로 로쏘가 소프트 타이어 1세트 더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들이 소프트 6세트, 미디엄 2세트, 하드 1세트씩을 남겨두었다.


□ Day 2


- FP3


4월 13일 오전에 치러진 FP3에서는 기온은 전날과 비슷하였으나 정오에 가까운 시간 특성상 전날보다 높은 39~42도의 트랙 온도를 보였다. 세션 초반은 테스트 세션을 계속한 윌리엄스의 독무대(?)였고, 세션 시작 후 약 15분이 지나서야 다른 드라이버들이 트랙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션 시작 30분째에야 레드불 듀오가 나오며 20명의 드라이버가 모두 랩타임을 기록하게 되었다. 중반에는 키미가 잠시 팀메이트와 갈등을 겪었는데, 턴1에서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지오비나찌와 충돌할 뻔 하며 레코드 라인에서 이탈했다. 키미는 팀 라디오로 자신에게 고의로 충돌하려 했다고 F-word를 사용하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세션 막판 랜도 노리스가 턴16에서 코스아웃하며 잠시동안 옐로 플랙이 휘날린 것이 복선이 된 것마냥, 1시간동안 진행된 세션 중 가장 큰 사건이 세션 종료 8분 전 벌어졌다. 알렉산더 알본의 충돌사고였다. 알본은 마지막 코너인 턴16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2017년 퀄리파잉 당시 지오비나찌(당시 자우버)의 사고와 유사하게 네 바퀴가 모두 트랙 밖으로 밀려났고 끝내 컨트롤에 실패하며 외벽에 부딪혔다. 바로 레드 플래그가 발령되고 메디컬 카 역시 출동했지만 다행히 드라이버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알본의 차는 반파되어 퀄리파잉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사고로 세션은 그대로 종료되었다.



FP3에서는 보타스가 1:32.830의 기록으로 가장 위에 위치하며 폴 포지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페라리 듀오와 약 0.4초 차이, 팀메이트 해밀턴과 0.86초의 차이를 내며 홀로 압도적인 기록을 보였다. 세션 초반에 나오지 않고 막판 알본의 사고로 많은 랩을 기록하지 못한 레드불 듀오가 각각 P7, P15[각주:4]로 처진 가운데 그 빈 자리를 메꾼 것은 르노의 훌켄버그와 알파 로메오의 라이코넨이였다. 이외의 중위권에서는 사인츠, 알본, 페레즈가 팀메이트에 비해서 앞서는 기록을 보였다. 하스는 하드 타이어로 세션 대부분을 소화한 후 퀄리파잉 시뮬레이션에 나서는 시점에 레드 플래그를 맞이하며 P17,18에 위치했고, 윌리엄스는 소프트 타이어로 하드 타이어를 사용한 하스의 퍼포먼스를 하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타이어 사용 현황에 있어서는 가슬리를 제외한 빅3 팀의 5명이 소프트 4세트, 미디엄 2세트, 하드 1세트를 남겼고, 지오비나찌를 제외한 중위권에서는 소프트 타이어를 한 세트 더 가져가는 상황을 만들었다.


- Q1 & Q2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퀄리파잉은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트랙 온도가 오전의 FP3에 비해서 낮은 35도 가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FP3에서 큰 사고를 낸 알본은 파워 유닛 전부를 교체하며 퀄리파잉에 불참하였다. 



Q1에서도 가장 빨랐던 드라이버는 보타스였다. 르끌레르는 첫번째 세션에서 트래픽에 걸렸다는 팀 라디오를 전하며 1세트의 소프트 타이어를 추가로 소모해 보타스에 0.054초 차이에 근접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를 해밀턴, 베르스타펜, 베텔이 뒤따랐고, 르노의 훌켄버그와 맥라렌의 사인츠가 뒤이으며 중위권에서는 두 팀이 가장 위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고를 당한 알본과 랩타임을 기록하지 못한 지오비나찌, 그리고 윌리엄스 듀오가 Q1 탈락이 확정적인 가운데 P16을 차지해 퇴근이 확정된 드라이버는 레이싱 포인트의 랜스 스트롤이었다. 2번째 트라이에서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을 남겼다.



Q2에서는 가슬리를 제외한 5명의 빅팀 드라이버들이 모두 미디엄 타이어를 장착했다. 가슬리는 미디엄 타이어를 1세트밖에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소프트 타이어 사용이 강제되었다.

첫 번째 트라이에서는 보타스가 1:31.728의 기록으로 가장 좋은 기록을 가져갔고, 그 뒤를 페라리 듀오가 0.5초 차이로 쫓고 있었다. 해밀턴은 턴6에서 다소 미끄러지며 섹터2에서만 0.67초의 손해를 보고 P5에 위치했으며, 그로장은 턴8에서 트랙션을 놓치며 트라이를 포기했다.

두 번째 트라이에서는 미디엄 타이어를 고집한 해밀턴을 제외한 모두가 소프트 타이어로 서킷에 나섰다. Q3 진출이 확정적인 드라이버들은 추이를 보면서 달렸으나 해밀턴만큼은 다시 한 번 리더보드 맨 위를 향한 드라이빙에 나섰고 그 결과 자신이 이전 트라이에서 실수했던 섹터2에서 섹터 최고 기록을 내며 1:31.637의 기록으로 P1에 올랐다.

Q2에서 탈락한 드라이버는 기록순으로 크비앗-페레즈-키미-사인츠-노리스이다. P7 훌켄버그와 P10 리카도를 제외한 모든 팀메이트들이 연달아 순위를 기록한 가운데, 맥라렌 듀오가 좋지 않은 랩타임을 보이며 Q3 진출에 실패했다. 크비앗 역시 2번째 트라이의 섹터3에서 부진하며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지 못하고 0.022초 차로 P11에 위치하며 레이스를 준비하게 되었다.


- Q3

 


레이스 전 폴 포지션을 가리는 마지막 12분에서 르노와 메르세데스가 가장 먼저 피트를 나섰다. 하스 듀오와 리카도는 첫 트라이에서 이미 사용한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해 나서게 되었다. 첫번째 트라이에는 보타스가 웃었다. 1:31.563의 기록으로 팀메이트 해밀턴을 0.007초 차로 앞섰다. 그 뒤는 베텔-베르스타펜-르클레르-가슬리-훌켄버그-리카도 순이었다. 하스 듀오는 트랙에 나섰으나 랩타임을 기록하지 않고 바로 피트로 돌아왔다. 

두 번째 트라이의 섹터1에서는 해밀턴이 0.05초 차이로 앞섰으나, 섹터2의 턴6에서 미세하게 코스를 벗어나 먼지를 일으킨 것으로 인해 보타스가 0.08초 앞섰다. 결국 해밀턴은 섹터3에서도 이전 트라이보다 느린 기록을 내며1:31.631의 기록으로 보타스를 넘지 못했고, 보타스는 섹터 2에서 벌은 0.08초를 지켜내며 1:31.547를 기록, 이전 트라이의 자신보다 0.016초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하며 폴 포지션을 차지했다. 그 뒤로 베텔-르클레르-베르스타펜-가슬리-리카도-훌켄버그-마그누센-그로장이 자리했다.



해밀턴에게는 아쉽게도 각각의 섹터 최고기록을 가져갔음에도 이를 한 랩에 묶어내는 데 실패하여 폴 포지션을 놓치게 되었다. 비슷하게 훌켄버그 역시 최고 기록을 합산하면 P6에 위치했겠지만 실제 기록은 P8에 그친 것이 아쉬울 것이다. 특이한 사항으로는 르노, 특히 리카도의 스피드 트랩이 323.9km/h로 페라리 듀오에 이어 3위에 오른 것을 꼽을 수 있다. 르노 파워 유닛이 약하지 않다는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 Day 3 : Race


4월 14일 오후 2시부터 열린 레이스는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다. 8.2km/h의 풍속을 기록하며 쉴새 없이 펄럭이는 깃발을 볼 수 있었고, 트랙 온도는 전날보다 더 낮아져 29도에 그쳤다. 각 팀의 타이어 온도 관리 능력과 코너링 능력이 시험받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P1부터 P10까지의 스타팅 그리드는 특이하게 한 열에 한 팀씩 위치하게 되었다. 이는 2011년 싱가폴 그랑프리 이후 처음이다. FP3에서 큰 사고를 당해 퀄리파잉을 거른 알본은 핏 레인 스타트로 레이스에 나서게 되었다.

타이어 상황에 있어서는 해밀턴이 새 소프트를, 보타스가 새 미디엄을 가지고 있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외에 Q1에서 아쉽게 탈락한 스트롤과 퀄리파잉에 나오지 못한 알본이 다수의 새 소프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피렐리에서 예측한 핏스탑 전략은 M(17~27)-H 혹은 M(12~21)-M(26~36)-H이다. 하지만 P6 가슬리부터 P10 그로장까지는 모두 소프트 타이어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지오비나찌와 알본 역시 소프트 타이어로 시작하고 이외의 모든 드라이버들은 미디엄 타이어로 레이스를 시작한다. 레이스가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인 포메이션 랩부터 스핀 사고가 2차례나 일어났다. 베르스타펜이 턴3에서 스핀했고, 쿠비차 역시 턴6에서 스핀해 타이어 온도 관리의 어려움이 있음을 암시했다.

레이스 스타트에서는 크게 두 건의 이벤트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더티 사이드에 있던 P2 해밀턴과 P4 르클레르가 좋은 스타트를 보이면서 팀메이트를 앞서 각각 P1, P3에 위치한 것이고, 둘째로는 턴6에서 노리스-사인츠-크비앗 간의 충돌이었다. 크비앗이 코너 안쪽에서 가속하다 그립을 놓쳐 밖으로 밀려나며 사인츠, 노리스와 연달아 충돌한 사고였다. 맥라렌 듀오는 최하위로 처져 곧바로 핏스탑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각주:5][각주:6] 이 사고로 크비앗은 드라이브스루 페널티를 받았고, 데브리를 치우기 위해 VSC가 발령되었다. 데브리의 양이 많지 않아 VSC는 1랩만에 해소되어 레이스가 재개되었다.

4랩째에 키미가 DRS를 이용해 마그누센을 추월하며 P11로 올라섰고, 6랩 때는 알본이 지오비나찌를 추월하며 P15에 올랐다. 이후 레이스 초반의 화제는 P3/4에 위치해 있던 페라리 듀오의 기싸움이었다. P4 베텔은 P3 르클레르를 1초 내로 추격하고 있었고, P3 르클레르와 P2 보타스의 차이는 꾸준히 벌어지고 있던 형국이었다. 페라리 듀오의 랩타임이 매우 비슷하고 P5 베르스타펜이 페라리 듀오에게 2초 이내로 육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페라리 핏월은 11랩에 팀 오더를 내려 베텔과 르클레르의 위치를 바꾼다.[각주:7] 하지만 베텔은 이후 2랩 동안 턴14에서 계속해서 휠 락에 걸리는 모습을 보이며 보타스를 추격하지 못했다. 르클레르는 이에 대해 자신도 시간을 잃고 있다고 어필했다.

17랩에 르노의 훌켄버그가 핏 레인으로 들어와 리타이어하며 그랑프리를 마무리했다. 베르스타펜도 같은 랩에 선두권 드라이버 중에서는 가장 먼저 핏스탑하여 하드 타이어로 갈아끼우며 언더컷을 시도했다. 베텔이 이에 반응해 19랩에 핏스탑하였는데, 베르스타펜의 앞으로 나오며 베르스타펜의 언더컷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바심이 난 탓인지 21랩째 턴14에서 베르스타펜이 레이트 브레이킹으로 과격하게 인으로 파고들었지만 컨트롤해내지 못하며 베텔에게 재추월을 허용했다. 곧이어 메르세데스도 22랩에 보타스가, 23랩에 해밀턴을 각각 핏스탑시켜 페라리, 메르르세데스 양팀간 타이어 전략에 큰 차이가 없음을 보였다. 보타스는 핏스탑 후 P3로, 해밀턴은 보타스보다 3초 정도 앞선 P1으로 복귀했다. 같은 때 르클레르도 핏스탑하여 베르스타펜의 뒤인 P5로 복귀했다.

두 팀의 두 번째 핏스탑은 36~37랩 즈음에 일어났다. 36랩에 베텔이, 37랩에 메르세데스 듀오가 핏스탑했는데 베텔은 핏스탑 시간 2.2초를 기록하며 페라리의 좋은 작전수행능력을 보여주었고 메르세데스는 동시에 두 명을 연달아서 핏스탑시키는 'Double-stack'을 구사하면서 볼거리와 전략을 동시에 잡았다. 이 핏스탑 직후 보타스는 잠시 1스탑째인 르클레르의 뒤 P3로 복귀했지만 2랩 뒤인 39랩에 추월하며 큰 변수가 되진 못했다. 르클레르는 43랩에 2스탑째를 가져가며 베르스타펜 뒤인 P5로 복귀하여 더 이상의 순위 변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이벤트는 피에르 가슬리의 패스티스트 랩 어택이었다. 앞선 르클레르, 뒤이은 리카도와도 모두 30초 이상의 차이를 기록하며 홀로 달리고 있던 P6 가슬리는 54랩에 홀연 핏스탑하여 소프트 타이어를 끼고 나와 모두의 주목을 끌었다. 도전 기회는 2차례밖에 없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서킷을 1:34.742로 주파하는 데 성공하여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했다.

최종 순위는 해밀턴-보타스-베텔-베르스타펜-르클레르-가슬리-리카도-페레즈-키미-알본 순으로 정해지며 포인트가 분배되었다.



중위권에서는 르노의 리카도, 레이싱 포인트의 페레즈, 알파 로메오의 키미, 토로로쏘의 알본이 팀메이트와의 경쟁과 타 드라이버들간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포인트를 가져갔다. 하스의 그로장은 마지막까지 P10 알본을 추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블루 플래그 등으로 인해 레이스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며 아쉽게 1포인트를 놓쳤다.[각주:8] 많은 추월을 보여준 키미와 핏 레인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중위권에서 많은 추월을 보여준 알본의 능력이 돋보였다.



WDC에서는 중국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해밀턴이 25포인트를 가져가며 18포인트를 추가하는 데 그친 팀메이트 보타스를 68 대 62로 리드했다. 베텔이 3위로 15포인트를 가져갔지만 베르스타펜도 12포인트를 가져가며 격차를 줄이는 데 만족했다. 빅3의 드라이버 중 가슬리도 소중한 9포인트를 가져가며 13포인트로 6위에 위치하며 빅 3팀의 드라이버 중 말석의 위치라도 제자리를 찾는 데 성공했다. 데 그 뒤를 알파 로메오의 키미가 1 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고 르노의 랜도 노리스, 하스의 마그누센 등도 8포인트로 가슬리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리카도는 올 시즌 첫 포인트를 따내며 6포인트로 팀메이트 훌켄버그와 동률을 이뤘다.

WCC에서는 메르세데스가 130포인트로 압도적인 가운데 페라리가 73포인트, 레드불이 52포인트로 뒤를 잇고 있다.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가 실수하는 것과 함께 페라리와 레드불의 꾸준한 포인트 수집이 있어야만 WCC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엔진 현황이다. 하스와 페라리는 두 드라이버 모두 에너지 저장 장치(Energy Store, ES)를 교체한 상황이다. 르노의 훌켄버그와 맥라렌의 사인츠, 토로 로쏘의 크비앗은 ES와 CE(Control Electronics)를 제외한 파워 유닛을 모두 교체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중국 그랑프리 FP3에서 사고를 당한 토로 로쏘의 알본은 모든 파워 유닛을 교체했다.

□ Discussion & Conclusion


역사적인 F1의 1000번째 그랑프리의 주인공은 메르세데스, 그 중에서도 루이스 해밀턴이다. 첫 랩에 좋은 스타트로 폴 시터 보타스를 앞선 뒤 단 한 번의 위기도 겪지 않고 그야말로 순항했다. 와중에 보여준 메르세데스의 더블 스택 핏스탑 전략은 좋은 하이라이트 필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메르세데스가 세 그랑프리 연속 독주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대항마는 페라리였다. 하지만 두 개의 긴 직선을 가지고 있는 상하이 서킷에서도 메르세데스를 압박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핏스탑 타이밍이 갈려서 생긴 잠깐을 제외하면 메르세데스는 순항했고, 페라리는 메르세데스를 압박하기보다는 뒤에서 쫓아오는 베르스타펜을 떨쳐내는 데 주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략적으로 쓰였던 팀 오더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레드불은 베르스타펜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가슬리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르노는 훌켄버그가 불의의 문제로 리타이어했지만 리카도가 첫 포인트를 6포인트로 마무리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노라는 팀의 기대치는 지금의 성과보다는 조금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스는 두 드라이버 모두를 Q3에 진출시켜 중위권에서 높은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나 아쉽게 모두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맥라렌은 첫 랩의 사고가 그야말로 불운했다. 토로 로쏘는 레이스 이전과 도중에 악재가 있었지만 알본이 훌륭히 반등해 1포인트를 얻은 것에 대해 성공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레이싱 포인트 역시 페레즈가 조용히 4포인트를 추가하면서 중위권 싸움을 이어갔다. 윌리엄스는 올라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다음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중위권 싸움에 합류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1. 레이싱 포인트는 메르세데스의 윈드 터널을 공유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본문으로]
  2. 크비앗은 FP1 이후 엔진 유닛에 이상을 느꼈고 FP2에 새로운 엔진 유닛을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본문으로]
  3. 리플레이 확인 결과 이 프론트윙은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트랙의 요철에 의한 진동으로 내려앉았다 [본문으로]
  4. 가슬리는 하드 타이어로만 8랩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본문으로]
  5. 노리스는 플로어와 프론트윙에 문제가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고, 53랩에 리타이어했다. [본문으로]
  6. 크비앗은 43랩에 기계적 이슈로 리타이어했다. [본문으로]
  7. 르클레르가 'I'm pulling away'라며 자신도 보타스를 추격하고 있음을 어필했지만 페라리 핏월은 팀오더를 고수했다. [본문으로]
  8. 그로장은 르클레르가 뒤에서 접근하며 나온 블루 플래그에 대한 팀 라디오에 이래선 레이스를 할 수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본문으로]